매력적인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추리소설 - 미스테리 & 스릴러

거의 처음으로 읽어보는 우리나라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단편으로 몇 편을 읽어보기는 했었지만 한권을 통째로 읽어보기는 확실히 처음이다. 작가인 '도진기'는 현직 판사라고 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찌 보면 법조계에 몸담고 있으니 추리소설과 어울리지 못할 바도 아니지만 왠지 특이한 느낌이 드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사실 외국의 경우를 봐도 미스터리나 스릴러물에서 법조계 경력의 작가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변호사 정도로 아직 판사 경력의 작가는 만나보지 못했다. 그것도 현직 판사라니.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기대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순서의 문제]는 7편의 중단편 추리소설의 모음집이다. 꽤나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느낌인데, 뭐 필자가 전문가는 아니라서 무엇을 기준으로 추리소설을 분류하는지는 모르겠고, 그저 개인적인 구분방식으로 [셜록 홈즈] 시리즈와 같이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의 트릭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심이 되면 전통으로 느끼고 그 외에 나머지는 그냥 나머지 미스터리 소설이 되는 식이다. 필자도 멋지게 이건 이래서 이런 유고 저건 저래서 저런류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워낙에 귀찮은걸 싫어하는데다 모자란 뇌용량은 먹고 사는 문제만 채우기에도 벅찬 현실이니 어찌하랴. 아무튼 필자가 읽은 [순서의 문제]는 사건과 트릭이 중심이 되는 제법 전통스러운 추리 소설의 느낌이었다.

 

얼마 전에 '히가시노 게이코'의 [명탐정의 규칙]을 재미있게 읽고 리뷰를 쓴 일이 있는데, 관련해서 알라딘 '카스피' 님으로부터 본격 추리 소설의 트릭의 고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 추리 소설이 활발하게 번역되고 출간되는 과정에서 트릭이 고갈되는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 책 [순서의 문제]의 일곱 단편을 읽으면서 왠지 익숙한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작품에 사용된 트릭들이 콕 찝어서 이전 어느 작품에 나왔다고 골라낼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한번은 본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표절이나 도용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그저 비슷한 느낌정도랄까. 여러 장면에서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독창적이거나 기발함, 신선함 같은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이야기는 추리소설답게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이나 해석이 없잖아 있지만 재미는 있다. 트릭과 풀이가 중심인 전통 추리물에서 대체로 어디서 한번은 본 듯한 트릭들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진구'와 '해미'라는 두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전통적인 가치관과는 거리가 먼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하는 '진구'의 캐릭터는 꽤나 매력적이다. 정의나 준법 같은 말에는 시큰둥하다가도 '보수'라는 말이 나오면 눈이 반짝이는 '진구'와 이에 찰떡궁합처럼 붙어 다니며 특유의 사교성과 행동력으로 사건을 물어오는 그의 애인 '해미'. 이 두 주연 캐릭터가 살아 움직임으로 해서 어떻게 보면 평범한 작품들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일본의 모 추리 만화에 등장하는 천재 소년과 행동파 소녀 커플과도 살짝 오버랩 되는 느낌이라서인지 읽는 동안 만화를 보는듯한 경쾌함과 즐거움 또한 느낄 수 있다. [순서의 문제]와 함께 [나를 아는 남자]라는 장편도 같이 출간되었는데 이 또한 '진구'가 주인공으로 '진구' 연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해서 SF 작가들은 힘들다. 그런데 힘든 것은 SF 작가만은 아닌 모양이다. 앞서간 선배들의 발자취로 온통 뒤덮인 운동장에 새로운 발자국을 찍어야 하는 추리작가들도 힘들다. 추리 마니아는 고사하고 팬이라고 하기에도 살짝 모자란 필자 수준에서 새로 출간된 작품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을 정도니 '트릭의 고갈' 문제가 우리에게도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히가시노 게이코'의 말처럼 좀 더 생각하고 쓰지 않아서 일까? 다소 안일한 소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우리나라의 추리문학도 좀 더 활발하게 움직여서 일단 많은 작품을 출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우리도 누구네처럼 '트릭의 고갈'같은 배부를 불평도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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